육아 일기 ⛧ / / 2023. 2. 1. 16:30

수면교육, 아기를 믿어줄 때 가능한 일

반응형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아기의 수면교육을 했던 내용을 포스팅하겠습니다.

수면교육에 대해서는 <똑게 육아>라는 베스트셀러 책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출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똑게 육아>를 읽었습니다. 출산 직후라 회음부가 아파서 침대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아직 젖이 뚫리지 않아 힘겹게 유축하며 그 책을 읽었습니다(출산 전에 미리 공부해놨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아기가 잠을 잘 잘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데, 그때 수면교육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습니다.

아기가 울더라도 몇 분 동안 내버려 두면, 아기는 당신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 잠드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자는 것 외에 아기에게 필요한 일들(먹는 일, 씻는 일 등등)은 엄마가 해결해줘야 할 일들이지만, 잠은 아기가 혼자 할 수 있다고, 혼자 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아기가 혼자 잠들 수 있다고?'

처음 읽는 내용에 놀라서 회음부와 유축의 고통도 잊어버릴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잠들기 전에 아기가 우는 걸 잠시 내버려 두라는 말인데, 그 잠시가 체감상 잠시가 아니었을뿐더러 아기가 우는 걸 기다려주는 시간이 아기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건지 확신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책을 안 본 셈 치고 무시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구절이 계속 마음에 걸렸어요.

신생아 시기에 정상적인 시간 동안 울게끔 내버려 둔 아이들이 더 활발하고 적극적인 문제 해결자가 된다. 부모가 항상 울음을 '진압'한다면 아이가 단순한 장애물조차 극복하지 못하고 앉아서 울며 구조되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울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잠자는 아기


우는 아기를 달래려고 하는 행동이, 아기 입장에서는 때로 울음을 '진압' 당하는 일일 수 있다는 시각이 놀라웠습니다. 아기에게도 방법을 찾을 시간이 필요한 걸까? 하는 생각에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기는 혼자 잘 수 있다

"모든 좌절을 막으면 혼자서 할 수 있는 기회(능력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다."

수면교육을 함으로써 엄마가 편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아기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었습니다. 아기를 울리는 것이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면, 단지 엄마가 편하기 위해서 수면교육을 강행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아기를 울리는 것을 피해 가는 게 정말로 누구를 위한 일인지 알 수 없게 됐습니다, '우는 아기를 안아주는 건 결국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는 아닐까? 아기는 자는 법을 배워야 하고, 배우고 나면 다음부터는 더 쉽게, 더 깊게 잠들 수 있는 게 아닐까? 나는 돕고 싶어서 하는 일(우는 아기를 바로 안아 드는 일)이 때로는 아기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것일 수 있다면, 달래주기보다 기다려주는 게 맞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책에 나온 말들이 저자만의 생각인지 아니면 보편적인 내용인지 궁금해서 수면교육 관련 영상들을 찾아봤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전문가들이 수면교육에 있어서 공통된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면교육을 할 때는 엄마가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하려면 제대로 해라).
-거의 모든 아기가 잠들기 전에 격렬하게 운다(잠들기 전에 아기가 우는 건 정상이다).
-수면교육은 아기를 울리는 것이 아니라 아기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잠은 부모가 해결해주는 영역이 아니다.

한마디로 '아기 혼자 잘 수 있으니 일관성을 가지고 기다려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그맣고 연약한 아기가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받아들이기까지 제법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기를 울게 내버려 두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수면교육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갈팡질팡 하고 있었는데요, 그래도 그 사이에 확실하게 바뀐 게 하나 있었습니다. '아기는 혼자 잘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전환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기는 혼자 잘 수 없다고, 무조건 안아줘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는 건 고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자는 아기

 

수면교육은 아기가 아닌 부모의 문제

"아기를 달래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초보 부모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수면교육은 어쩌면 아기가 아니라 부모가 극복해야 할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책에서 알려주는 것처럼 구체적이고 면밀한 수면교육은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수면교육을 했습니다. 적어도 큰 틀 안에서 내가 어떤 행위를 하는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생후 50일쯤부터 수면교육을 위해서 소소한 몇 가지 일들을 시작했습니다. 아기가 자다가 울면 바로 안아주기보다 정말로 잠에서 깬 게 맞는지 10초 정도 유심히 관찰을 했고, 또 아기를 재울 때는 잠들 때까지 안아주기보다 잠이 오는 낌새만 있으면 수시로 침대에 눕혀주었습니다. 아기가 혼자서 잘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생긴 행동의 변화였습니다.

생후 100일이 조금 지났을 때는 자다가 우는 아기를 바로 안아주지 않고 5분 동안 기다려 준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유난히 아기가 낮잠을 깊게 자지 못하고 자주 울었는데요, 우는 아기를 지켜만 보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아기가 어서 깊은 잠에 다시 빠져주길, 그래서 푹 잠들 수 있을 바랐고,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5분이 빨리 지나서 아기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1분이 참으로 더디게 흘렀습니다. 그치지 않고 강도가 더 세지는 아기의 울음소리에 걱정이 몰려왔고 손에는 땀이 났습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속으로 계속 아기를 응원했습니다.

악을 쓰며 울던 아기는 갑자기 울음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5분이 되기 조금 전에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아기가 스스로 다시 잠드는 순간을 직접 보다니 너무 신기했습니다. 성취감도 느껴졌고요. 아기는 깊은 잠을 잘 수 있었고 저도 편하게 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5분 기다리기'를 대여섯 번 정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는 시간이 짧아졌고, 곧 얕은 잠에서 깨는 일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생후 4개월쯤부터 10시간 이상 통잠을 잤고, 밤수는 5개월 때 사라졌습니다. 저는 아기가 잘 자주는 이유가 부모인 제가 '아기 혼자 잘 수 있다'는 걸 믿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기의 잠'은 제가 아기를 처음으로 믿어준 기억이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든 '잘할 수 있다'라고 누군가를 믿어주는 그만큼, 실제로 상대방이 그 일을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