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아기가 세돌이 다 되어가는데요. 아기랑 있다 보면 정말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나마 어린이집을 보낸 후부터는 이렇게 글도 쓰고 제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에는 아기와 온종일 붙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틈틈이 취미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엄마'가 된 후로 전보다 더 악착같이 취미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요. 취미는 즐기기 위해서 하는 일일 뿐 딱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성과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함으로써 '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아기가 돌 전에 제가 했던 취미에 대해서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육아맘의 소소한 취미생활
아기 일기 써주기
아기가 태어났을 때부터 100일까지 편지 형식으로 매일 아기의 일기를 써주었습니다. 그 후로도 틈틈이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써주려고 했는데 100일이 지나고부터는 사실 거의 못쓰고 있어요. 아기 일기를 써준 이유는 아기가 기억하지 못할 순간들을 남겨주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때는 아기에게 많은 변화가 있을 때이니까요. 아기가 나중에 커서 독립할 때쯤 줄 생각입니다.
글쓰기
저는 아기가 태어나고 5개월쯤 지났을 때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당시에 적어도 하루 1시간은 글을 쓰려고 노력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썼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된 후로, 글 쓰는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누군가에게 언제 보여줄지 알 수 없는 글을 혼자서 썼다면 그렇게 꾸준히 글을 쓸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브런치만큼 좋은 글쓰기 창구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글쓰기에 특출 난 재능은 없었지만, 많든 적든 바로바로 오는 피드백이 좋았고, 멀리 떨어진 누군가와 글로 연결되는 일도 좋았습니다.
책 읽기
나름 꾸준히 책을 읽었습니다. 아기를 낳고 그제야 급하게 육아 공부를 했기 때문에 육아 관련 책도 그때 부랴부랴 열심히 읽었습니다. 모유수유하는 시간도 책을 읽기 좋은 시간이었어요. 한번 수유할 때마다 30분 이상을 꼼짝없이 앉아있어야 했기 때문에 책 읽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곱씹고, 몇 문장은 그물로 건져 올리듯 기록하며 삶에 반영했습니다.
주식 투자
저는 주식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지만 재미 삼아 주식을 사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총 투자 금액이 5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액이었기 때문에 사실 돈을 벌겠다는 목적보다는 투자하고 싶은 기업을 찾는 일에 재미를 느끼는 정도였어요. 마음에 드는 기업이 생기면 1~5주씩 샀습니다. 당시에 존 리의 어느 인터뷰 영상에서 "명품을 사지 말고 그 회사의 주식을 사라"던 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산책하기
날씨가 나쁘지 않을 때는 매일 산책을 했습니다. 물론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같이 산책을 했어요. 사실 산책은 햇빛을 쬐고 외부 자극을 받는 등 아기를 위한 일이긴 했지만 저도 바깥공기를 쐬면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산책은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 생각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어차피 해야 될 일이라면 '나를 위해 하는 일'이라 생각하는 편이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
음악 듣기
처음엔 아기와 놀이주기 위해서 주로 동요를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도 아기와 같이 들었습니다. 아기를 돌보며 듣는 음악은 노동요의 역할을 톡톡히 해줬어요.
TV 시청
TV 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예능 몇 개는 챙겨 보는 편입니다. 당시에는 <나 혼자 산다>나 <놀면 뭐하니>를 보면서 정신없이 웃었던 것 같아요. 웃다 보면 일주일치의 피로가 날아가는 것 같았어요.
음주
요즘엔 금주를 해보려고 술을 거의 마시지 않지만 당시에는 저녁에 술을 마시며 리프레시하곤 했습니다. 술 마시는 일도 취미가 될 수 있을까요?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술 마시는 것'이라고 하면 좀 이상하겠지만 나의 즐거움을 위한 적당한 음주는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경 필사
재미없는 취미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하루 중 시간이 나면 제일 먼저 했던 일이 성경필사였습니다. 아기도 어리고 코로나도 터졌을 때라 미사를 못 가고 있었기 때문에 성경필사가 유일한 신앙 활동이었어요. 하루에 성경 1쪽을 필사했는데, 진지하게 묵상에 빠지는 날은 없었지만 습관처럼 하던 행위가 저의 하루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어떤 인간관계는 적당한 거리는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아기는 부모의 손길이 많이 필요할 때이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심리적 거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나를 챙길수록 아기와 서로 건강한 관계 속에서 생활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 아기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일에 소홀히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나의 역할 중 하나일 뿐인 '엄마'라는 역할에 너무 과몰입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내가 온전히 존재할 수 있을 때 아기에게도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서는 온전한 나로 돌아올 수 있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고요.
아기를 위해서 희생해야 될 순간은 분명히 있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제껏 아기를 위해서 저를 '희생'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 생각은 저를 금방 지치게 한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기와 보내는 시간은 엄마로 존재하는 시간일 뿐 어떤 것을 잃거나 버리는 일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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