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 / / 2023. 2. 1. 14:30

엄마가 되고 나서 긍정적으로 달라진 것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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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엄마가 되고 나서 달라진 것들에 대해서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달라진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이 글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 것 3가지에 초점을 맞춰서 써보려고 해요.

 

엄마가 된 후 자존감이 높아졌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육아가 힘들다는 말에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경험이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죠. 아기는 작고 귀여우니, 편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육아가 힘들다는 말이 그렇게 와닿지 않았죠.

육아의 고됨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출산 후 아기를 병원에서 집으로 데리고 온 바로 그날부터, 그야말로 혼이 쏙 빠졌거든요. 아기는 살기 위해 울어댔고 저는 아기가 왜 우는지 파악하느라 금세 녹초가 됐습니다.

 

아기를 낳고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아기는 생각보다 무겁다'는 것이었습니다. 처녀 시절의 저는 아기가 이렇게 무거운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밖에서 보는 아기 엄마들은 아기를 번쩍번쩍 잘만 안고 있길래 가벼운 줄로만 알았습니다. 아기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한 건 아기가 5kg쯤 되었을 때부터였습니다. 그 무렵 근육통이 심하게 와서 일주일 동안 매일 한의원과 정형외과를 번갈아가며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아기는 앞으로 점점 무거워질 텐데....' 하는 걱정과 함께 '출산 전에 건강하던 몸은 이제 끝났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엄마와 아기


생후 5개월 때 아기 몸무게가 8kg 정도 되었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5kg의 아기를 키울 때의 저는, 8kg의 아기를 안아 올릴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8kg의 아기를 거뜬히 목욕도 시키고 잠도 재우는 자신에게 놀랐습니다. 그 사이에 제 몸이 단련됐다는 뜻이니까요.

문득 이 세상 아줌마들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들의 굵은 팔뚝은 '그녀의 육아는 얼마나 고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굵어지는 자신의 팔뚝을 보며 슬퍼하지 않았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우리는 모두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였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모두 견딘 거였어요. 자신이 낳은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서요. '엄마는 위대하다'는 사실을 그때 온 마음으로 느꼈습니다.

그 후로는 유모차를 끌고 길을 걸을 때, 설령 호리호리한 아가씨가 옆을 지나간다 해도 절대 주눅 들지 않게 됐습니다. 제 굵직해진 몸이 마치 훈장이자 큰 자랑거리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그동안 했던 일 중에 이보다 가치 있는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아줌마들의 아름다움은 아줌마밖에는 모를지도 모릅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남들이 몰라준다고 아름다움이 퇴색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어린아이들을 볼 때도, 그 뒤에 숨겨진 양육자의 희생과 노고가 보입니다.

예전에 아는 언니가 제게 "아기를 키우면서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 아기를 키우면서 자존감이 높아진 걸 느낍니다.
'이 어려운 걸 내가 해내고 있구나.'
'하나의 생명을 지켜내고 있구나. 나처럼 부족한 사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힘든 만큼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아기를 돌보는 동안 단련되는 건 팔뚝만이 아닌가 봅니다.

모든 아기가 예뻐 보인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SNS에 올라오는 아기의 초음파 사진입니다. 임신한 지인들은 대부분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는데, 눈코입이 어딘지 잘 보이지 않는 사진을 대체 왜 올리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기의 초음파 사진이 올라오던 지인의 SNS는 출산 후에는 아기 사진이 99%를 차지했습니다. 제가 팔로잉한 게 지인인지 아기인지 헷갈릴 지경이었습니다. 점차 좋아요를 누르는 것조차 피곤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다른 집 아기들을 볼 때마다 무감각하던 제가 출산 이후에는 거짓말처럼 모든 아기들이 예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닮은 내 아기뿐 아니라 모든 아기들이 제각각 사랑스럽고 귀한 존재로 보이게 됐습니다. 이제는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보면 몸 깊숙한 곳에서 뭉클하고 진한 감동이 올라옵니다.

길을 가다 아기를 보면 저도 모르게 눈이 갑니다. 아기랑 눈이 마주치면 재빨리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엄마가 되니 보이는 것도 느끼는 것도 달라졌습니다.

 

아기 손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아기를 낳으면서 새롭게 얻게 되는 능력인지도 모릅니다. 아기를 키우는 데 필요한 능력일 수도 있고요. 모든 생명을 경이롭고 귀하게 바라보는 능력 말이죠.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신이 나눠준 능력인지도 모릅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다른 사람 앞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들을, 아기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할 때가 있습니다. 부끄럼 없이 옷을 훌렁훌렁 갈아입는다던가, 눈 뜨고 볼 수 없는 이상한 춤을 춘다던가 하는 것들이요. 아기보다 더 혀 짧은 소리를 뽐내기도 하고요.

저는 그런 행동 가운데 하나가 코 파기였습니다(^^;). 보통 다른 사람 앞에서 코를 파지 않지만, 호야와 둘이 있을 때는 개의치 않고 보란 듯이 신나게 코를 팠어요. 코딱지를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아 시원해~" 하며 흡족한 표정까지 지어 보였죠.

아기는 아직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거리낌 없이 마구 행동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일(?)이 터졌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호야가 졸리면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기 시작했거든요. 처음에는 그게 코 파는 걸 따라 하는 건 줄 몰랐어요. 어느 날 남편이 아기를 보고 "누가 그렇게 코를 팠어~?" 한 순간 그제야 못된 짓을 들킨 사람처럼 머리털이 쭈뼛 섰습니다. 아기 앞에서 신나게 코를 팠던 무수한 순간들이 떠오르면서요.

아기는 제가 일부러 시키는 '윙크'나 '빠이빠이' 같은 모방 행동만 따라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 하고 있었어요.

"아기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바람직한 행동이든 그렇지 못한 행동이든 부모의 모든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게 된다"든가, "부모의 행동 자체가 교육"이라는, 전에 책에서 읽은 내용들이 그제야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다행히 아기가 바람직한 모방 행동을 보인 적도 있습니다. 가제손수건으로 바닥 닦는 시늉을 한다던가, 돌돌이로 먼지 닦는 시늉을 하는 것 등은 모방 행동의 바람직한 순간이었죠. 그럴 때면 '요 녀석 봐라? 잘 키우면 쏠쏠하게 도움이 되겠는 걸?' 하며 앞으로 분담할 집안일을 기분 좋게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아기는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합니다. 아기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다 보면 조금쯤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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