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 / / 2023. 2. 10. 12:00

모유수유 기간 정하기, 단유 우울감 극복하기

반응형

오늘은 아기를 낳고 제일 처음 주어지는 과제인 모유수유에 대한 글을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모유수유는 이제 필수적으로 해야 되는 일이 아니라 선택이 된 것 같습니다. 저도 모유수유를 할지 말지, 한다면 얼마 동안 해야 될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모유수유를 6개월 하기로 결심한 이야기

모유수유 기간은 개개인마다 정하는 기간이 다르겠지만 제가 정한 기간은 6개월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적당한 기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6개월로 정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아기가 이가 나기 전에 단유를 하고 싶었고, 생후 6개월 때부터 이유식을 주기 시작할 테니 그때 단유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모유수유를 6개월로 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술 때문이었어요. 제가 워낙 술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 이상 금주를 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거든요. 모유수유를 하면 임신 기간에 이미 7개월 넘게 참았던 술을 또 참아야 했기 때문에 정말 고민이 됐어요. 모유수유를 하지 말까 잠깐 갈등하기도 했지만 모유가 나오지 않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모유가 나온다면 그 기회를 버리는 일도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모유수유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아기를 낳은 후 4일째 밤에 젖몸살이 찾아왔고, 다음날 산후도우미 관리사님께 마사지를 받은 다음에는 남편이 보건소에서 빌려온 유축기와 씨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모유는 눈이 빠지게 기다려야 겨우 한 방울씩 떨어졌고, 2시간 넘게 유축한 끝에 아기에게 초유 20ml를 먹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모유수유가 시작됐습니다.

임신 기간과 모유수유 기간에 크게 참아야 하는 두 가지가 커피랑 술인데요, 사실 커피는 요령껏 꽤 마실 수 있습니다. 저는 임신 20주부터 출산 2주 전까지 하루 한 잔을, 오전 오후에 반잔씩 나눠서 마셨고, 출산 후에는 아기 생후 50일부터 하루 두 잔씩, 정신 차리기용으로 모유수유 직후에 호로록 마시곤 했습니다. 그래서 커피에 대한 갈증은 술에 비하면 그렇게 크진 않았어요.

모유수유 기간에 술을 마시려면 마실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잔을 마시면 알코올이 몸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3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많이 마실수록 수유를 못하는 시간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또 술을 마신 직후에 나오는 모유는 유축해서 버려야 하기 때문에 유축기도 필요해지는 등 여러 일들이 번거롭게 느껴져서 저는 차라리 안 마시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유는 어떻게 할까?

모유수유 기간에 아기와 엄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됩니다. 아기도 모유가 필요하지만, 엄마도 때맞춰 젖을 주지 않으면 젖이 붇고 아프기 때문입니다. 아기는 모유를 먹기 위해서, 엄마는 모유를 주기 위해서 서로가 필요해집니다.

모유를 안 준 지 5시간만 넘어도 젖이 아픈데 단유를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단유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한 달 정도 기간을 잡고 모유수유 횟수를 천천히 줄이니 저절로 단유가 됐습니다. 그 무렵은 이미 수유텀이 길어져 수유를 하루에 5번 정도 했고 그중 모유가 3번, 분유가 2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모유수유 횟수를 하루 두 번으로 줄였고 그게 편해지면 다시 한 번으로 줄였습니다. 한 번이 익숙해진 다음부터는 가슴이 아파지면 수유를 했습니다.

 


저는 모유랑 분유를 같이 주는 혼합 수유를 했는데요, 처음에는 모유 양이 많지 않아서 분유랑 같이 줬는데, 나중에는 쉴 시간을 만들기 위해 혼합 수유를 계속 했습니다. 분유는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줄 수 있고, 내가 주더라도 분유가 모유보다 먹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수유 자세로 자유로워서 그만큼 편했거든요. 혼합 수유를 해서 단유도 좀 더 편했던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우울감

그런에 모유수유를 하루 한 번으로 줄인 다음부터 어쩐지 수유를 하면서 애틋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단유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하루에 한 번으로 모유수유 횟수가 준 지 10일쯤 지났을 때, 하루 종일 모유를 주지 않아도 가슴이 아프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단유가 되어서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이틀 뒤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모유수유를 했고요, 다음날 저녁에 그토록 마시고 싶던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마시면 아쉬운 기분이 좀 가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신 직후에 더 울적해졌습니다. 며칠 동안은 다시 모유 수유를 하고 싶은 마음이 때때로 강하게 일기도 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이었습니다. '단유를 하면 아기에게 미안하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만 해왔는데, 정작 그런 미안함보다 제가 아쉬워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찾아보니 단유를 하면 호르몬 변화 때문에 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최대한 행복한 육아를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모유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으며 모유수유를 하는 것보다는 행복하게 분유를 주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기와 나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습니다. '나'를 챙기다 보면 아기를 향한 미안한 감정 또는 이번 일처럼 스스로에게 드는 서운한 감정들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기 때문입니다.

모유수유를 하며 느끼는 행복은 술을 마실 때의 행복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걸 술을 마시고서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건 마시고 나서야 알게 된 거고, '아마 누군가 그 사실을 말해줬더라도 더 이상의 금주는 못했을 것 같다'는 게 제 결론이었습니다. 모유수유는 분명 아주 큰 행복이지만 6개월이 제겐 가장 적당한 기간이었던 것 같아요. 단유를 한 지 2주 정도 지나니 울적한 기분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모유수유는 제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이고 행복이었습니다. 그 행복을 알려준 아기에게 고맙고, 그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모유수유 기간보다 더 중요한 건 아기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