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 / / 2023. 2. 21. 16:08

초보 엄마의 중심 잡기 - 육아 원칙 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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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으실 때 육아 공부를 언제 하셨나요? 보통 임신기간에 육아서를 읽으며 엄마가 될 준비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준비성이 부족했는지 아기가 태어나고서야 부랴부랴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출산 5일 후부터, 유축이나 좌욕을 하는 시간에 육아서를 읽으면서 '한두권 정도는 출산 전에 미리 좀 읽어둘 걸' 하는 후회가 되더라고요. 물론 육아는 실전이라 현실에 부딪치며 알아가는 것들이 많지만(아기가 신생아일 때는 책보다 유튜브가 더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도 수유텀 같은 기본적인 것들은 미리 읽어두면 좋을 것 같아요. 엄마는 아기를 낳는 순간부터 육아 전문가가 돼야 하더라고요. 책을 읽어둬야 아기를 낳자마자 당황하지 않고 육아를 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전 정말 준비되지 않은 엄마였던 것 같습니다.

 


출산 후 한두 달 동안 쫓기듯이 육아서를 읽었습니다. 갑자기 엄마 노릇을 해야 하는 제게 육아서는 많은 걸 알려줬고 얕은 지식이나마 조금쯤은 엄마 구실을 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제가 읽은 육아서 중에 추천하는 책은 다음과 같은 책들이에요.

-최강의 육아
-프랑스 아이처럼
-똑게 육아
-외동아이 키울 때 꼭 알아야 할 것들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하지만 육아서를 읽을수록 불안감도 생겼는데요, '내가 모르는 내용들이 얼마나 더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초조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육아서를 읽느라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자꾸 밀쳐두게 되는 것도 썩 유쾌하진 않았어요.

육아에 대한 여러 가지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엉킨 기분도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이것저것 열심히 메모해놓긴 했지만 '그것들을 내가 얼마나 들여다보게 될까? 제대로 기억하는 게 얼마나 될까? 혹시 중요한 걸 놓치고 있진 않을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육아서에도 겹치는 내용들이 제법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행복한 부모가 먼저 되라던가 아이와 함께 집안일을 하라던가 하는 말들은 단골 멘트였습니다. 그만큼 중요하단 뜻이겠죠. 그때 문득, 내가 읽은 책이 몇 권 안되더라도 그것만 제대로 숙지하고 실천해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권의 책에도 정말 많은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육아서를 읽으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 실천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메모해놓은 것들을 번갈아 보며 겹치는 내용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산발적인 내용들은 우선순위를 가려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들만 남겼습니다. 그렇게 나만의 육아 원칙 10가지를 만들었습니다(당시에 아기가 너무 어려서 아직 할 수 없는 것도 포함해서 원칙을 만들었어요). 그때 만든 원칙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어요.

나만의 육아 원칙 10가지

1. 행복한 엄마가 될 것.
2.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줄 것.
3. 밥은 식탁에서, 잠은 침대에서.
4. 식사 시간, 취침 시간을 지킬 것.
5. 집안일에 아이를 참여시킬 것.
6. 노력을 칭찬할 것, 재능은 칭찬하지 않을 것.
7. 하루 10분 책 읽어주고 함께 대화할 것.
8. 아이의 감정을 입 밖으로 표현하도록 할 것.
9. 아이의 자유시간을 확보할 것. (지루함이 학습과 창의력을 만든다)
10. 산책 등을 통해 자연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칠 것.

앞으로 계속 수정할 요령으로 부담 없이 러프하게 정했습니다. 정리하고 나니 머릿속이 한결 맑아진 기분이었어요. 육아서를 많이 읽어야 된다는 압박감에 전처럼 초조해지지 않았고요. 위의 10가지를 실천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에요.

 


육아서에는 배울 점이 많지만 그것들을 다 따라 하는 건 미련한 짓이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취할 수 있는 것들만 가져오면 되지, 책에 있는 내용들 몇 가지를 빼먹는다고 큰일 나진 않으니까요. 오히려 다 하려고 전전긍긍하다 보면 진짜 중요한 걸 놓칠 수도 있고요.

그 이후로 제가 정한 육아 원칙을 중심에 두고, 다음부터 육아서를 읽을 때는 참고만 하기 시작했습니다. 양육자로서 육아를 '잘' 하는 것도 좋겠지만, 매일 육아를 해내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만하지 않을까요?



글을 쓰다 보니 기억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몇 년 전 tv에서 어느 중년 여성 분이(이름도 생각이 안 나네요) 강의를 마치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자녀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여성 분이 이렇게 대답하더라고요.

"자녀와 대화를 많이 하세요."

그때 전 결혼할 생각도 없을 때였는데 그 말이 머리에 꽂혔습니다. 처음엔 싱거운 답변 같았는데 생각할수록 뼈를 때리는 말이었어요. 소통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동시에 '부모의 그릇만큼 아이가 자란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대화는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므로 필요한 일이지만 대화의 내용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에게 배울 점이 없다면 자녀 교육이 다 무슨 소용일까요?

기억해야 할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나부터 자녀에게 원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을 것(적어도 나에게 없는 모습을 자녀에게 바라지 말 것)' 그리고 '자녀에게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줄 것'. 아무래도 육아 원칙뿐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의 원칙도 한번 정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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