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아기의 첫 원더윅스 때 있었던 일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원더윅스란 아기가 정신적 도약을 하는 시기를 말하는데요, 생후 20개월 동안 10번의 원더윅스가 있습니다. 그 시기가 되면 아기는 혼란스럽기 때문에 더 많이 울거나, 잘 먹지 않거나, 잠을 잘 못 자는 등 평상시랑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저는 처음엔 정말 그런 게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신기하게도 아기가 유난히 보채거나 힘들게 하는 시기마다 원더윅스 기간과 맞아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원더윅스를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 됐습니다. 원더윅스에 대해서는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라는 책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생후 20개월 전 아기의 육아에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생후 30일에 찾아온 첫 번째 원더윅스
호야의 첫 번째 원더윅스는 생후 32일 되던 날 찾아왔어요. 그날은 제가 처음으로 아기에게 화를 낸 날이기도 합니다. 변명을 하자면 산후도우미도, 남편도 없이 아기를 본 첫날이었어요. 잠도 제대로 못 잤고요. 전날 밤 11시 반에 수유를 한 이후 1~2시간 간격으로 수유가 이어졌기 때문에 이미 아침부터 졸려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좀 자고 싶어도 아기가 오후 4시까지 거의 잠들기 않았기 때문에(잠들어도 10분이 채 안 돼서 깨곤 했어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때에 아기는 잠을 안 자는 것뿐 아니라 먹는 것도 조금씩 자주 먹었습니다. 배고픈 것 같아서 수유를 하면 먹는 둥 마는 둥이었어요. 분유는 그나마 먹다 남기면 얼마나 먹었는지 알 수 있지만, 모유는 얼마나 먹는지 알 수 없으니 답답했어요.
아기의 루틴이 무너져있었기 때문에 아기가 울어도 그 이유를 알기가 힘들었어요. 배가 고픈 건지, 소화가 덜 된 건지, 졸린 건지,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건지 매번 확인해야 했고, 수유하기, 트림시키기, 기저귀 갈기, 재우기의 반복 속에서 체력이 축나다 보니 감정도 부정적으로 변해갔습니다.
오후 4시 좀 전에 아기가 또 울었는데, 확인해보니 기저귀가 젖어 있었어요. 이미 체력적으로 한계에 있었던 저는 확 짜증을 내면서 기저귀를 거칠게 갈기 시작했습니다. 부드러움을 느낄 수 없는 기계적이고 신경질적인 동작으로요.
"이제 됐니?"
기저귀를 다 갈고 아기에게 한마디를 쏘아붙인 순간 갑자기 정신이 들었습니다. 아기는 계속 울고 있었고, 제가 말도 못 하는 아기에게 짜증을 냈다는 걸 깨달았어요.
원더윅스에 깨달은 것
조금 지나서 아기는 잠이 들었고 저는 아기에게 화를 냈다는 사실에 자책을 했습니다.
'내가 엄마로서 자격이 있는 걸까?'
이제 막 태어난 아기한테 화를 내다니 엄마 자격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나 같은 사람이 아기를 키우겠다니, 그만두는 게 낫겠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비로소 알았습니다. '엄마'는 직장을 그만두듯이 그만둘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요. 엄마 자격이 있든 없든 아기를 키울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걸 그날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내가 부족하다면 나를 고쳐야 했어요. 다른 방법은 없었습니다.
한 번은 유모차를 끌고 집 앞 공원 산책을 하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아기를 보고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분이 말씀하셨어요.
"자식을 다 키우고 나니까 더 잘해줄걸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요.
그분의 말에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더 잘해줄걸 하는 부분이 정확히 어떤 건지 궁금해졌죠. 그래서 여쭤봤어요.
"어떤 부분에 있어서 잘해줄 걸 하는 생각이 드세요?"
그랬더니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화를 좀 덜 낼 걸 하는 후회가 있어요. 그때는 힘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화를 냈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아이에게 계속 미안하더라고요."
의외였어요. 제 예상은 뭔가를 못해준 일이 후회로 남는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화를 냈던 일이 후회가 된다고 하셨으니까요. 그때 아주머니의 말씀을 오래 기억해두고 있습니다. 저는 되도록 그런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요.
다행히 아기의 첫 원더윅스였던 그날 이후로 아기에게 화를 내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습니다. 아기가 아직 어려서 대책 없이 보채면 화가 날 때가 많지만 그럴 때는 화를 내기보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그러면 상황도 진정되고 후회할 일도 생기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덕분에 많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어요.
여기까지 저의 짧은 경험담이었습니다. 저는 오늘도 아기에게 화를 낼뻔한 걸 겨우 참았어요. 아기가 말을 알아듣는 시기가 되니까, 말을 안 듣는 게 화가 나더라고요. 화 안 내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육아하시는 분들 오늘도 파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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