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날: 2021. 1. 26.
오른 산: 청계산 (경기도 과천시)
날씨: 부슬비 내리다 그침, 다시 부슬비
높이: 해발 582.5m
소요 시간: 2시간 50분 (13시 10분~16시 00분)
휴식 시간: 0분
난이도: ★★
전경: ? (안개 때문에 보지 못함)
만족도: ★★★
주차비: 청계산 청룡 공영주차장 평일 무료
입장료: 없음
두 번째 등산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시부모님이 또 한 번(!) 평일에 1박 2일 동안 호야를 봐줄 수 있다고 하셨어요. 천마산에 오른 지 2주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두 번째 등산이라니, 들뜬 마음으로 가까운 산을 찾아봤습니다.
청계산과 관악산 중에 고민하다가 청계산으로 결정했습니다. 관악산은 바위가 많다고 해서요. 얼마 전에 천마산에 올랐을 때 얼음 때문에 미끄러운 바위 위에서 쩔쩔맸던 기억이 아직 선명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아직 등산화를 사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했어요. 이렇게 빨리 등산을 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저번에 등산객 분에게 받았던 장갑을 챙기고, 보조배터리를 챙겼습니다. 저번 산행 이후 보조배터리는 겨울 산행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추운 날씨에 핸드폰 배터리가 그렇게 빨리 방전되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화요일. 호야를 시가에 맡기고 청계산으로 향했습니다. 오후에는 비가 그친다고 했는데 가는 내내 비가 와서 일기예보를 몇 번씩 다시 확인하며 갔어요. 다행히 도착할 때쯤 비가 그쳤습니다.
청계산은 주차장에서 등산로가 보이지 않아요. 아무리 찾아도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지도 앱으로 길을 찾거나 지나가는 주민 분께 물어보시면 잘 알려주십니다(^^).
산은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안개가 잔뜩 껴 스산하기까지 했습니다. 드문드문 지나가는 등산객들의 이야기 소리, 그리고 딱따구리 소리만 가끔씩 적막을 깰 뿐이었어요. 흙이 질퍽거리고 미끄러워서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조심해야 했습니다(저번 등산 때는 눈 때문에 고생했는데 이번에는 비가 오네요^^;).
날씨가 좋지 않긴 했지만 다행히 산세는 험하지 않아서 오를만했습니다. 길 전체에 나무계단이 깔려있기 때문에, 운동화를 신고도 충분히 안전하고 편하게 오를 수 있었어요.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차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습니다. 그야말로 저 같은 등산 초보에게 딱 좋은 산이었던 것 같아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울 근교의 산이라 그런지 공기가 좋다는 느낌은 확실히 덜했습니다.
길게 이어지는 나무 계단을 오르는 동안, 정상까지의 길이 한눈에 다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정상까지의 길이 한 번에 다 보인다면 처음부터 계단을 오를 엄두를 못 냈을 텐데, 보이는 오르막이 짧다 보니까 '조금만 더' 하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무슨 일이든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획만 해놓고 시작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그 계획이 자신에게 다소 벅찬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보이는 오르막이 너무 많은 것일 수 있습니다. 일단 시작이라도 할 수 있게 목표를 더 작게 쪼게는 일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상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안개 때문에 정상 뷰는 볼 수 없었습니다. 등반 인증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데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배가 고파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점심때를 놓쳤더라고요. 다음에는 간식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빨리 내려가고 싶었지만 비에 젖은 흙길이 미끄러워서 천천히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괜히 발목이라도 삐면 낭패기 때문에 마음은 급해도 서두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는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는데 또다시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옷이 젖을 만큼은 아니었지만 따뜻한 집 생각이 더 간절해지더라고요. 오를 때 편했던 나무계단은 내려갈 때가 되니 무릎이 아파서 썩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집 앞 칼국수집에서 저녁으로 먹을 뜨끈한 음식을 포장해 집에 돌아왔습니다. 넘치기 직전까지 담아주시는 사장님의 인심에 마음이 절로 따뜻해졌어요.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 때문에 칼국수는 맛이 없으래야 없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쩐지 등산을 하고 나서 먹는 음식이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국물까지 남기지 않고 그 많은 양을 단숨에 싹싹 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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